섬에서 만나는 사랑

도대체 하나님의 자비와 긍휼은 어디까지일까? 그분의 경륜과 지혜의 깊이는 어디까지인가?

서해에 위치한 아름다운 작은 섬을 디뎌 봄은 전적인 주님의 자비였다.

주님께서 신문을 오래도록 구독하셨던 어떤 권사님 내외분의 마음을 감동하셔서 급히 신문사 수련회를 갖게 하셨다. 그 선한 분들이야 수년을 말없이 보내드리는 신문이 고마워서, 수고하는 이들의 노고를 위로하시려 초청한 착한 마음이셨지만, 하나님은 놀랍게 감동하시고 꼭 필요한 때에 만나게 하신 것으로 여겨졌다. 진리에 대한 목마름과 주님에 대한 사랑의 갈망을 품고 계셨고, 사역자들도 피곤하고 지친 심신이셨다. 그날 밤, 서로를 위하여 간절히 기도할 때 하나님은 깊게 역사하셨다. 성령님은 한분 한분을 터치하셨다. 사경회 참석을 결단하셨고, 우리는 다시금 하나님을 위해 충성과 헌신을 다할 것을 다짐했다.

하나님의 생각은 사람의 생각과 같지 아니하고 하나님의 지혜는 사람의 모든 총명과도 같지 아니하시다. 정말 모든 것이 합력하여 선을 이루게 하는 분이시다. 그러니 우리가 염려할 게 무엇이고 두려울 게 무엇이랴! 메마른 땅이 단비를 받듯, 때를 따라 공급하시는 은혜와 사랑을 받으면 되는 것이다. 모든 것을 아뢰며 주님 손에 맡기며 나아가면 되는 것이다.

어느 시대 그 섬에 귀양 온 충신이 임금을 그리워하며 달을 볼 때 그 달은 붉은 빛을 띄우고 있었고, 그 모습이 임금의 얼굴로 보여 충신은 가까이 달려가 뵐 수 없는 애달픈 마음을 담아 사모곡을 지었다 한다. 어디나 전해져 오는 이야기들이 있지만 섬에서 듣는 얘기와 권사님 내외분들의 마음이 사뭇 잘 어울렸다. 주님의 사랑이 그립고 그 사랑의 주님을 그만큼 사랑할 수 없는 자신이 안타까워 아픈 마음들. 갈매기들이 그리움을 실어 나르는 것 같았다.

그렇다. 바로 앞에 보이는 잔잔한 바다는 주님 나라의 유리바다요, 빛나는 태양은 주님의 보좌이다. 시원하게 부는 바람은 우리를 부르시는 성령의 바람이요, 굽이굽이 돌아가 산으로 이어지는 마을길은 주께로 가는 좁은 길이다.

장로님은 꽃씨 하나라도 털어주려 하시고, 권사님은 뭐 하나라도 더 먹이려 하신다. 넉넉지 않으실텐데 기어코 산에서 딴 밤들을 봉지에 가득가득 담아주신다. 우리는 밥값이라도 해야 한다 떼를 써 겨우 밭의 콩대들을 뽑아 가지런히 놓았다. 교회에 드릴 배추 한 두렁, 무우 한 두렁 정성껏 가꾸는 장로님의 얼굴이 붉다. 목사 아드님과 목사 사위 외에 주님의 품으로 아직 돌아오지 않는 아들 내외를 위해 흘린 눈물로 권사님의 얼굴은 맑은 골이 패였다. 모든 게 사랑이다.

그리운 사랑이 풍요롭다. 깨끗한 정이 가득하다. 이제 사랑으로 다시 일어서자! 비정함과 냉혹함에 지쳤던 몸과 마음들을 다시 일으키자! 사랑은 피보다 진하고 철보다 강하다. 주님의 사랑으로 사랑을 얻는 이들은 복되다. 끝까지 참고 용서할 힘이 있다.

박상태